인천 쿠팡 석남동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사흘 넘게 지속되면서 메자닌 구조의 화재 취약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 당국 브리핑에 따르면 불이 난 6층과 7층은 층고 10m 중 약 8m를 3단 선반 구조물이 차지하는 복층 형태로 확인됐다. 촘촘한 적재 공간과 가연물이 결합돼 불길이 수직으로 빠르게 번지고 소방대원 진입을 차단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이 글에서는 메자닌 구조의 정의부터 진화 곤란 원인, 과거 사례와의 유사성, 법적 쟁점, 향후 안전대책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지난 17일 오전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6층에서 발화한 화재는 20일 현재까지 완진되지 않고 있다. 소방차 수백 대와 인력 수백 명이 투입됐으나 건물 내부 적재물과 복층 구조로 인해 진화 작업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인근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휴업하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나 전문가들은 내부 구조를 확산 가속화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사고는 2021년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메자닌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으나 개선되지 않은 채 유사 시설에서 재발했다는 비판이 노동계와 전문가 그룹에서 제기된다. 건축법령상 작업공간 적법성 여부, 방화구획 미비, 불연재 미적용 등 제도적 허점도 함께 거론된다. 독자는 본문을 통해 메자닌 구조가 왜 화재에 취약한지, 어떤 규제 공백이 존재하는지, 향후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1. 메자닌 구조 정의와 물류센터 적용 실태
"배터리 탑재 로봇 잔뜩"…5층 확산 저지 총력
메자닌 구조는 층과 층 사이 높은 층고를 활용해 중간에 복층 형태의 작업·적재 공간을 설치하는 방식을 뜻한다. 쿠팡 인천센터 6·7층은 천장고 10m 중 8m 구간에 3단 철제 선반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사실상 3개 층이 겹쳐진 형태다. 물류업계는 적은 부지에 적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방식을 널리 채택해 왔다. 파렛트랙 시공 사례에서도 메자닌랙은 창고 높이를 활용해 2·3층을 만드는 표준 공법으로 소개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화재 안전성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선반 사이 간격이 좁고 적재물이 천장까지 닿아 있어 스프링클러 살수 범위가 제한되고 연소 생성물이 갇히기 쉽다. 소방브리핑에서는 선반 구조물 자체가 소방대원 이동 동선을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적재함 깊숙한 곳에서 불이 타는 심부 화재가 발생하면 외부에서 진압수가 도달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대형 물류센터 다수가 이 방식을 쓰는 만큼 단일 시설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봐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은 초대형 창고 화재안전기준을 논의 중이나 기존 시설 소급 적용 여부는 미정이다. 현장 종사자와 인근 주민은 물론 온라인 쇼핑 이용자도 배송망 안정성 차원에서 주목할 사안이다.
2. 화재 확산과 진화 방해 메커니즘
메자닌 구조 내부에는 로켓배송용 종이 상자, 비닐 포장재, 플라스틱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불이 붙으면 선반 수직 통로를 타고 위아래로 급속히 번지는 굴뚝 효과가 발생한다. 소방당국은 선반 사이 간격이 좁아 호스 진입이 어렵고 열기와 연기가 갇혀 시야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47시간 넘게 진화 작업이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다.
철제 선반 자체도 고열에 변형돼 붕괴 위험을 키운다. 소방대원은 선반 사이를 기어가며 진압해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크고 낙하물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붕괴 우려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심부 화재 특성상 외관상 불길이 잡혀도 내부에서 재발화할 가능성이 높아 완진 선언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화재로 인근 주민은 매연과 분진,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임시 거처를 찾는 상황이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휴업으로 학부모 돌봄 부담도 커졌다. 물류센터 밀집 지역 주민은 유사 시설 인근 거주 시 대피 경로와 비상 연락망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휴업·대피 결정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한다.
3.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의 유사성
2021년 6월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도 메자닌 구조가 확산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지하 2층에서 시작된 불이 복층 선반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졌고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번 성명에서 “5년 전 문제가 된 구조가 그대로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참사에도 개선 조치가 미흡했음이 드러난 대목이다.
덕평 화재 후 소방청은 물류창고 화재안전기준 강화를 추진했으나 기존 시설 소급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축 허가 단계에서만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 기축 시설은 자율 개선에 맡겨진 실정이다. 쿠팡 측은 덕평 화재 후 안전투자 확대를 발표했으나 인천센터 6층 구조가 메자닌 형태인 점은 변경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 유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복 사고는 제도적 공백이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와 주주 모두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는 덕평 화재 당시 약속한 법·제도 개선안이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점검하고 미이행 사유를 밝혀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행 실태 전수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4. 건축법령상 쟁점과 위법성 공방
노동계는 해당 공간이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는 메자닌 구조라며 위법성을 주장한다. 현행법상 메자닌은 연면적 산입 제외 대상이거나 피난·방화시설 설치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작업공간으로 전용하면 불법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노총은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임이 알려져 있음에도 비용절감을 위해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행정당국은 구조물 설치 방식과 법적 기준을 종합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선반형 적재시설인지 독립된 층인지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방청은 화재안전기준상 적재시설로 분류되면 방화구획 예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작업자가 상주하면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적법한 선반 시설이라는 입장이나 상세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해석 차이는 향후 형사·행정 책임 소재를 가르는 핵심이 된다. 위법 판정 시 이행강제금, 사용금지 명령,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보험금 지급 여부와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해관계자는 관할 지자체와 소방서의 최종 판단문을 주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입법 취지상 ‘작업자 상주 여부’가 판단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
5. 초대형 물류창고 안전기준 재정비 요구
이번 화재를 계기로 초대형 물류창고 안전기준 전면 재정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연재 내장재 의무화, 방화구획 세분화, 스프링클러 증설, 피난로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메자닌 구조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화재 시 연소 확대 차단과 인명 대피 시간 확보에 초점을 맞춘 성능위주 설계 도입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토부와 소방청은 연내 개선안 마련을 목표로 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다.
기존 시설 소급 적용 여부는 최대 쟁점이다. 소급 적용 시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이 발생해 물류비 상승과 배송비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적용 시 제2, 제3의 참사 위험이 상존한다. 정부 지원금·세제혜택 연계, 단계적 이행 기간 부여 등 보완책이 병행돼야 현장 수용성이 확보된다.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도 검토 대상이다.
쿠팡 인천센터 화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완진 후 정밀 감식 결과에 따라 추가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독자는 소방청과 경찰청 합동 조사 결과, 국토부 제도개선안, 지자체 행정처분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물류산업 안전은 기업 단독 과제가 아닌 사회 전체 인프라 문제임을 이번 사고가 다시 일깨웠다. 안전한 배송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완결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