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오는 5월 14일(현지 시각) 클래리티법안(H.R.3633) 마크업을 진행한다. 이번 심의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초대형 입법이에 달린 ‘운명의 날’이다.
지난 5월 13일 기준 상원 의원들 사이에서 제출된 법안 수정안이 100건을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혼자 40건, 팀 스콧, 신시아 루미스, 톰 틸리스 등 공화당 의원들끼리도 60건 가까운 수정안을 각각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례 없는 ‘법안 경합’ 상황이다.
이번 클래리티법안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기준, 디지털 자산의 증권·상품 분류 기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활성화 조건, 기관 투자자 보호 강화 등 5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의 ‘활동기반’ 기준 도입은 디파이 생태계에 첫 공식 허들이 될 전망이다.
클래리티법안은 기존 미 SEC와 CFTC가 각기 분쟁을 벌이며 헷갈려온 디지털 자산 분류 기준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은 “증권으로 분류되려면 ‘공동 투자자로 구성된 기업이 자산을 관리하고, 수익을 배당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로 명시했다.” 이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프로토콜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다.
법안은 특히 ‘증권성’과 ‘상품성’을 구분하는 4단계 테스트를 도입했다. 첫째, 자산이 기존 증권법에 따라 등록된 경우, 둘째, 기술적 개방성 및 탈중앙화 수준, 셋째, 자산 발행자와 구매자 간 계약 관계, 넷째, 수익 기대 여부를 종합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혁신 간 균형을 잡기 위한 합리적 접근법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워런은 “기술적 허점을 간과한 채 규제를 낮추는 내용”이라며 공개 반대를 선언했다. 그녀는 “이더리움이 사실상 증권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1조 달러 이상의 투자자 자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안에 대한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법안 수정안에서는 기존 법안 초안에서 뺐던 ‘활동기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조항을 다시 포함시켰다. TD 코웬은 “이 조항이 포함된 것만으로도 투자자 신뢰도가 4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USDC 발행사 써클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기로 한 바로 그 조건이다.
이자 지급의 ‘활동기반’ 기준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한 채 이자를 받는 ‘정지적’ 방식이 아니라, 실제 생태계 내에서 유통·결제·보증 등 실질적 활동에 참여해야만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금리 차익 탐닉보다는 생태계 참여 유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디파이 프로토콜 루이스(Lyons)는 “이 조항이 통과되면 레버리지 전략보다는 실물 거래 참여 중심의 새로운 금융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는 각각 220억 달러, 14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활동기반 프로토콜’에 통합 중이다.
100건이 넘는 수정안은 단순한 ‘의사표명’을 넘어선 정책 설계 전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공화당의 차이는 ▲ 증권 분류 기준 ▲ 스테이블코인 이자 상한선 ▲ 기관 투자자 진입 제한 완화 정도로 요약된다. 특히 워런은 “공화당 수정안은 투기성 상품을 방치한다”고 주장하며 40건 넘는 보완안을 제출했다.
워런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상한을 연 3%로 정하고, 1년 이상 활동한 자산만 이자 혜택 대상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반 은행 예금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투기 수단이 아닌 ‘결제 자산’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을 위치시키려는 의도다.
반면 공화당은 “이자 한도를 2.5%로 낮추면 기관 자금 유입이 위축된다”며 5%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팀 스콧은 “미 중소기업이 디파이를 활용하려면 최소 4.5% 이상 수익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규제 엄격도’ 대 ‘시장 자율성’의 충돌로 보는 게 더 직관적이다.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마크업은 단순히 법안 문구를 확정하는 절차일 뿐, 최종 통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TD 코웬 보고서는 “이번 마크업은 상원 본회의에 제출하기 위한 ‘예비 심의’ 단계”라고 분명히 밝혔다. 즉, 이날 결과는 전면적 합의를 위한 시작점이다.
실제로 2022년과 2024년에도 유사한 법안이 마크업을 거쳤으나 모두 본회의 통과 단계에서 무산됐다. 올해는 특히 민주당 내 이슈 분열이 가속화된 상황이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민주당 표 없이도 공화당 과반수로 통과 가능”이라며 일방 통과 시나리오를 공개했지만, 이는 향후 정당 간 교을 전제로 하는 가정이다.
게다가 AFL-CIO 등 미국 5대 노조는 “클래리티법안 통과 시 401(k) 퇴직연금 자금이 암호화폐에 투자되며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며 공개 반대 성명을 냈다. 이는 민주당 당원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념적 분열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클래리티법안은 미국 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모스크바 선물거래소는 XRP 상장 협의를 재개했으며, 이는 미국의 법적 명확성 확보가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기준’에 따라 투자 판단을하고 있어, 클래리티법안이 사실상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모스크바 거래소 담당자는 “클래리티법안이 승인되면 5억 달러 규모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35%를 암호화폐에 재배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운용 방식 전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은 국내 ETF 승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클래리티법안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이 증권 분류 기준을 바꾸면, 우리도 동일한 수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7월 개정안은 이미 이 기준을 전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클래리티법안이 7월 전후로 통과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기관 투자 유입’과 ‘디파이 활용 제도화’다. USDC 보유자는 이자 수령이 법적으로 허용되며, 디파이 프로토콜 개발자들은 규제 리스크에 따른 개발 중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추가 보증금 요구 등으로 운영비가 20~30% 오를 수 있다.
일반 투자자는 오늘 마크업 결과를 따라 48시간 내 급등·급락이 예상된다. 15일 새벽 미국 시장에서 표결 결과가 나오는 즉시 비트코인은 7만 9천 달러에서 8만 2천 달러로 급등하거나, 반대로 7만 5천 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SEC 승인 ETF 이슈보다 더 민감하게 작용하는 시장 반응이다.
실무자라면 당장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제공 조건을 점검해야 한다. 써클은 5월 18일까지 ‘기반 활동 증빙 체계’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에 대응하지 못한 프로토콜은 금융 자금 유입에서 제외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3곳은 현재 클래리티법안 기준을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를 재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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